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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제목

"가야사는 영·호남 소통의 열쇠이지만…고대사 연구에 정치논리 개입은 안 돼"

작성자
정보간사
작성일
2017.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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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727
내용

 

"가야사 연구자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느닷없는 (가야사)발언에 다소 놀란 상태다. 이번 발언을 계기로 가야사 연구에 정치논리가 개입될까봐 학계는 우려한다. 다만 문 대통령이 '뜬금없는 이야기일 수 있다'고 하면서 가야사 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지만, 즉흥적으로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영·호남의 소통을 이끌어내기 위해 가야사라는 '열쇠'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주보돈 경북대 사학과 교수. 대구=김정석기자

 

주보돈 경북대 사학과 교수 인터뷰
"가야사, 지자체엔 매력적 관광자원"

정부·지자체 주도로 연구되면 안 돼

가야사 연구의 권위자인 주보돈(64) 경북대 사학과 교수는 문 대통령이 최근 가야사 연구를 이례적으로 강조한 데 대해 이같이 분석했다. 그동안 한국고대사 중에서도 가야사는 변방으로 치부됐다고 한다.
주 교수는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때부터 가야사에 대한 생각을 해 왔던 것 같다"며 "남북문제만큼이나 심각한 '동서문제'를 가야사 연구로 풀 수 있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오전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알다시피 우리 고대사가 삼국사 중심으로 되다보니 삼국사 이전의 역사, 고대사가 (연구가) 잘 안 돼 있다. 가야사는 신라사에 가려서 제대로 연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가야사 복원은 아마 영·호남이 공동사업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이어서 영·호남의 벽을 허물 수 있는 좋은 사업으로 생각한다. 국정기획위원회가 놓치고 나면 (국정)과제로 되기 어려울 수 있으니 이번 회의에 충분히 반영되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주 교수는 "가야사 연구자들이 문 대통령의 느닷없는 (가야사) 발언에 다소 놀란 상태"라고 학계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시작으로 (학계에서는) 혹시라도 가야사 연구에 정치논리가 개입될까봐 우려한다"며 "정치권이 너무 앞서가서 연구를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나서기 시작하면 자칫 모든 것을 그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주 교수와의 일문일답. 
 
질의 :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가야사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어떻게 보나.
응답 :이른바 '가야문화권'에 속한 17개 시·군이 정부에 연구사업 지원을 요구했을 거다. 이 지자체들은 경남과 경북은 물론 호남지역에도 퍼져 있다.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보다 좋은 영·호남 소통의 실마리가 없었을 거다. 가야문화권으로 뭉친 시·군 협의체도 역사가 오래됐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저 단순히 가야사에 관심이 있다는 말이 아니라 가야사를 통해 지역간 소통이 가능하다고 오래 전부터 생각을 해온 문 대통령의 생각이 드러난 것이라고 본다.
 
질의 :가야사는 과거 정부에서도 종종 주목했던 역사라고 들었다.
응답 :가야사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은 사실 뿌리가 깊다. 거슬러 올라가면 DJ(김대중) 정부부터 가야사 연구에 관심이 있었다. 당시 공교롭게도 실력자 3명, 즉 김대중 전 대통령, 김종필 전 국무총리, 김중권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모두 김해 김씨였다. 가야사 연구 지원도 경남 김해 쪽에 집중됐다. 가야문화를 김해가 독식하다시피 했다. 300억원 이상이 투자됐다. 

5~6세기 가야연맹 최대판도. [사진 대교학습]

 
질의 :김해뿐만 아니라 영·호남의 지자체들이 넓게 가야문화권으로 묶여 있는데.
응답 :가야문화권에 연관이 있는 주변 지자체들이 크게 반발했다. 자기 지역도 가야문화권인데 김해만 막대한 지원을 받으니까 반발할 수밖에. 김해를 제외한 여러 지자체들이 저마다 가야사 연구에 나섰는데, 결과적으로 이 과정에서 가야문화권이 경남과 경북뿐만 아니라 전남 광양·구례·순천·여수 쪽에까지 퍼져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른바 역사의 변방에 있던 지자체들이 가야문화를 통해 일종의 '역사벨트'로 묶이게 된 셈이다. 이 역사벨트는 호남 동부지역과 낙동강 서쪽, 남해안 일부지역까지 이어지는 큰 규모다.
 
질의 :지자체들이 가야사에 큰 매력을 느낀 이유는 뭔가.
응답 :고구려·백제·신라와 달리 가야는 여러 독립국이 연합을 맺고 있는 형태였다. 각각이 다 저마다의 정치세력을 지닌 국가였다. 지금의 지방자치제와 유사하다. 이후 백제나 신라에 포섭이 되긴 했지만 그 전까지만 해도 가야의 독립국들은 각각이 모두 변방이 아닌 중심이었다. 이를 토대로 각 지자체들은 자기 지역이 역사와 전통이 깊은 곳이었음을 증명할 수 있고 정체성도 찾을 수 있다. 나아가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지자체 입장에선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다.
 
가야사를 관광산업에 끌어들이려고 가장 노력한 지자체 중 한 곳이 경북 고령군이다. 가야연맹체 중 한 국가였던 대가야의 중심지였던 고령군은 2005년부터 대가야사를 관광산업화 하는 사업에 뛰어들었다. '대가야체험축제'를 매년 4월 개최하고 있고 2015년 4월엔 고령읍의 행정구역 명칭을 '대가야읍'으로 변경했다. 고령군은 대가야읍에서 가야국 역사관광 거점도시 조성사업, 대가야 관문 상징화사업, 가야토기 도예촌 건립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경북 고령군 지산동 고분군. [중앙포토]

 
질의 :지자체 주도로 가야사 연구가 추진되면서 생긴 부작용은 없나.
응답 :지자체의 재정지원을 받은 연구자들이 그 지역을 중심으로 역사적 사실을 과대포장하게 된다. 지역에 중심을 맞춰 역사를 해석하게 된다는 말이다. 예컨대 가야금의 대가 우륵의 탄생지를 모두 자기 지자체라고 주장한다. 우륵을 지역 문화상품으로 활용하려고 하면서 생기는 문제다. 지자체 입맛에 맞는 역사 연구의 부작용이 가야사 연구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역사 연구가 더 이상 쓸모가 없다고 느껴지면 지원을 중단하는 것도 문제다.
 
질의 :문 대통령의 발언이 자칫 정부 주도의 관변 역사 연구로 흐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응답 :연구자들이 우려하는 것도 바로 그것이다. 정부 주도의 역사 연구는 정치논리에 따라 흘러갈 수 있다. 관광자원화 사업이나 문화시설 건립 등에 정부 지원이 이뤄지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속된 말로 '뭐 먹을 거 없나 싶어' 달려드는 세력이 생긴다는 말이다. 정부는 학술연구에 조건 없는 지원을 해줘야 한다. '측면 사격'을 해달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순수 학문적 토대 위에 쌓아올린 탑이 계속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질의 :단순히 학술연구를 지원하면 어떤 성과를 낳을 수 있나.
응답 :가야사 연구는 1977년부터 시작됐다. 고령군 지산동 고분군 44·45호분이 발견되면서부터다. 전혀 새로운 고분이 발견되면서 '가야고고학'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탄생했다. 그런 형태를 갖춘 고분이 경남과 경북 곳곳에서 발견됐다. 90년대 들어와서는 이런 형태의 고분이 영·호남에 걸쳐 분포돼 있었다는 점이 확인됐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영역보다 훨씬 크다. 그러면서 해당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가야사에 대해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예전에는 몰랐던 부분을 공유하게 됐다. 연구가 진행될수록 영·호남 주민 간의 소통이 일어나는 것이다. 향후 가야문화권이 만드는 역사벨트 위에 관광산업이 진행된다면 그 소통은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질의 :앞으로의 과제는.
응답 :학술의 영역은 학술에 맡겨야 한다는 점을 정부가 분명히 명심해야 한다. 정부나 지자체가 주도하는 역사 연구는 처음에 추진력을 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계에 봉착한다. 역사가 과장되고 왜곡되기도 한다. 또한 연구자들은 기존 연구의 틀에 갇혀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의 가야사를 새로 정비한다는 생각으로 비판을 받아들이고 그에 대한 토론을 치열하게 해야 한다. 선행 연구자들이 젊은 연구자들의 자유로운 연구활동을 방해하거나 무시해서도 안 된다.
 

[출처: 중앙일보] [단독]"가야사는 영·호남 소통의 열쇠이지만…고대사 연구에 정치논리 개입은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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