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五石' 적힌 물품 꼬리표 목간 발굴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강력한 환각 성분을 함유한 마약의 일종인 오석산(五石散)을 백제인들이 조달해 복용했음을 뒷받침하는 내용이 적힌 목간(木簡)이 백제 마지막 도읍지인 충남 부여에서 발굴됐다.
매장문화재 전문조사기관인 동방문화재연구원(원장 김성구)은 부여군이 '사비119 안전센터'를 세울 예정인 부여읍 쌍북리 173-8ㆍ172-5번지 일대 1천35㎡(약 313평)을 발굴조사한 결과 묵으로 쓴 글씨 5글자가 확인되는 백제시대 목간 1점과, 목제 신발 1쌍, 목제 칠기 등을 발굴했다고 13일 말했다.
연구원 김성구 원장은 '육안 판독과 국립부여박물관에 의뢰해 실시한 적외선 촬영 사진 등을 볼 때 묵글씨는 '五石○十斤'(○는 미판독)으로 읽을 수 있으며 그 이하 부분 목간은 떨어져 나갔다'고 말했다.
이 묵서(墨書)를 육안 판독한 서예사 전문가 손환일 박사는 '발굴단에서 미판독으로 처리한 '○' 글자는 '九'로 판단되며 마지막 斤이 무게 단위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면서 '따라서 이 묵서는 '오석 90근'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목간은 머리 부분에 홈이 패여 있는 전형적인 물품 꼬리표 목간으로 드러났다.
오석(五石)은 다섯 가지 광물질 약을 섞어 만든 선약(仙藥)이라 해서 오석산(五石散)이라 하며, 혹은 그것을 복용하면 열이 나 차가운 음식만 먹어야 하기 때문에 한식산(漢食散)이라고도 하는 마약 일종이며 도교에서는 약효가 가장 뛰어난 선약 중의 선약으로 쳤으며, 중국에서는 특히 위진남북조시대에 복용이 유행했다.
도교 교리를 개척한 문헌으로 꼽히는 동진시대 갈홍(葛弘)의 저서 포박자(抱朴子) 중 금단(金丹) 편에서는 구광단(九光丹)이라는 단약을 만드는 재료로 등장하는 오석(五石)에는 독성이 강한 광물질들인 단사(丹砂.황화수은), 웅황(雄黃), 백반(白礬), 증청(曾靑), 자석(磁石)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五石(九)十斤'의 오석(五石)이 혹시 다섯 섬일 가능성이 있는지를 손환일 박사는 '석(石.섬)은 부피, 근(斤)은 무게 단위라는 점에서 전혀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번 목간이 기록한 오석산은 무게가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백제사람들 또한 동시대 중국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마약을 즐겨 복용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발견으로 평가된다.
백제시대에 도교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은 다른 무엇보다 부여 능산리 절터에서 발굴된 백제용봉대향로라든가 국보로 지정된 벽돌인 산수문전 등에서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는 백제시대 나막신 1쌍이 수습되기도 했다. 삼국시대 나막신은 아산 갈매리 저습지 유적과 익산 미륵사지, 경산 임당동 저습지 유적, 부산 기장군 가동유적, 그리고 능산리 절터 유적에서 확인된 바 있다.
나아가 통나무를 잘라 만든 백제시대 칠기 잔이 파손된 채 발견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