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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자료/학계소식

제목

전설의 옻칠 백제 갑옷 출현(연합뉴스 2011.10.14)

작성자
노무현
작성일
2012.02.03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947
내용
"문헌에만 보이는 백제 전설적 갑옷 '명광개'"

(공주=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13일 공산성은 온종일 북적거렸다. 전날 저녁 문화재청을 통해 공개된 백제 갑옷 출토 소식이 전해진 직후인 데다 마침 이날 발굴조사단인 공주대박물관(관장 이남석)이 공산성 안쪽 성안마을 발굴현장을 일반에 공개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새로운 문자 자료 출현을 열망하는 한국고대사학계, 특히 백제사 연구자들은 백제 멸망 직전인 의자왕 재위 5년(645) 무렵에 제작했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는 글자를 새긴 옻칠 갑옷이 출토됐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에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충남대 사학과 김수태 교수는 "옻칠을 한 가죽 갑옷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그 실물이 궁금해 달려왔다"면서 "새로운 자료의 출현으로 백제사 연구는 아연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발굴현장인 까닭에 고고학 연구자도 많았다.

이들은 다른 무엇보다 어제 갓 쓴 것처럼 너무나 선명하게 1천400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옻칠 갑옷 조각의 붉은색 글자들에 감탄했다.

문제의 백제 갑옷은 성안마을에 대한 올해 제4차 발굴조사 결과 저수시설을 막바지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 바닥에 인접한 층위에서 출토됐다. 갑옷 한 벌이 온전하게 발견됐다기보다는 그 한 벌을 장식하는 데 사용한 비늘 조각이 고스란히, 그리고 가득히 발견된 것이다. 이들 비늘에는 갑옷 몸체에 실로 매달고자 뚫었음이 분명한 바늘구멍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더욱 놀랍게도 일부 갑옷 비늘에는 '○○行貞觀十九年四月二十一日(○○행 정관 19년 4월21일)' '王武監(왕무감)' '大口典(대구전)' '○○緖(서)' '李○銀○(이○은○)' 등으로 읽히는 붉은색 글씨가 유려한 서체로 적혀 있으며, 더구나 지금도 육안으로 생생하게 알아볼 정도로 보존상태가 좋다는 점이 경이로움을 주었다.(○는 알아볼 수 없는 글자)
현장 발굴 책임자인 이현숙 공주대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갑옷 비늘을 처음 확인한 것은 일요일인 지난 9일이고, 그것이 무리를 지어 확인되기 시작한 것은 그저께(11일)였다"면서 "대나무 칼로 조심스럽게 비늘에 묻은 뻘흙을 걷어내다가 갑자기 붉은 흔적이 드러나 처음에는 (대나무) 칼로 내가 잘못 긁어낸 상처로 알았다"고 돌아봤다.

갑옷 비늘 조각이 얼마나 될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그 상당 부분이 노출되기는 했지만 현재의 노출 층위 밑에도 얼마든 다른 조각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남석 박물관장은 "(비늘 조각이) 아마 1천 개는 되지 않을까 한다"면서 "이들 조각을 세심히 기록하고 그 출토 상황을 점검하면 이 갑옷에 대한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자가 확인된 비늘 조각은 6점 안팎이지만, 현장 상황을 보면 더 많은 문자가 자료가 나올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짐작됐다.

이들 문자 자료 중에서도 서기 645년에 해당하는 '정관 19년'이라는 비늘 조각에 대해 이현숙 학예사는 "정밀한 조사와 분석이 있어야겠지만, 현재로서는 오른쪽 가슴 위 정도가 아닌가 한다"면서 "이렇게 되면 남한테 잘 보이는 데다가 글자를 새겨넣은 셈이 된다"고 말했다.

조사단은 이들 갑옷 비늘이 가죽에다가 옻칠을 여러 번 입힌 형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중에서도 가죽 부분은 없어지고 지금 남은 부분은 두터운 옻층이라고 이 학예사는 덧붙였다.

그렇기 때문인지 온통 검은색인 비늘 조각들은 유리질 같은 빛을 반사하기도 했다.

다만 옻칠을 몇 번 했으며, 옻 외에 어떤 재료가 사용되었는지 등등에 대해서는 추후 엄밀한 보존과학적 측면에서의 분석이 있어야 한다고 현장을 참관한 보존과학 전공 유혜선 국립공주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은 말했다.

이훈 충남역사문화원 문화재센터장은 "이 갑옷은 문헌에만 보이는 백제의 전설적인 갑옷 '명광개'(明光鎧)일수밖에 없다"면서 "이 갑옷이 백제 자체 제작일 가능성이 크지만, 혹시라도 당나라 군인이 버리고 간 것일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한편, 많은 갑옷 비늘이 무더기로 출토되는 바람에 이들 유물을 어디에서 어떻게 보존처리해야 하는지도 문제로 떠올랐다.

이 관장은 "고고학적 정보를 확보한 다음 그것을 어디에서 처리할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 전문가들을 현장에 파견해 이와 관련한 대처 방안을 조만간 마련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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