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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시 와세다대 교수 “한중일 연구교류 넓히려 노력한 시간들”

국내 한국목간학회장 마치고 최근 퇴임


2017년 자이니치(재일 한국·조선인) 출신 학자로서는 처음 국내 역사 관련 학회인 한국목간학회 회장에 취임해 큰 화제를 뿌렸던 이성시(71) 와세다대학 문학학술원 교수가 지난주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이 교수는 2002<만들어진 고대>를 출간해 근대기 한··일의 민족주의 욕망 때문에 과거 동아시아 고대사가 굴절되고 왜곡되어 전쟁의 수단으로 변했다는 것을 역설해 한··일 학계에 패러다임 전환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그래서 현해탄을 건너 국내 학회 수장이 된 그의 이후 활동은 국내외 역사학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실제로 그는 고대 나무쪽 문서인 목간을 연구하는 국내 주요 대학 역사학자들의 학회 회장을 6년간 세번이나 연임하면서 이끌었을 뿐 아니라 사상 처음으로 일본·중국 목간 연구자들과의 공동워크숍과 학술대회도 개최하는 성과를 올리면서 동아시아사 연구의 새 지평을 닦았다.

 

회장 퇴임은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면서 이뤄졌다. 지난 6일 서울대 동아문화연구소에서 마련한 특강 왜 동아시아사인가’ ‘나에게 출토목간자료란?’이라는 두 주제로 특별강연을 했고, 다음날에는 그가 회장으로 주관한 마지막 학술 행사인 국립중앙박물관과의 공동학술대회가 연구자 100명 이상이 운집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려 더욱 뿌듯한 자리가 됐다. 학술대회가 끝난 뒤 <한겨레>와 만난 그는 아주 무거운 짐을 어깨에서 내려놓은 기분이라고 했다.

 

한반도 고대사와 목간·금석문 연구가 제 전공이고 지난 30년간 한·일 학계를 오가면서 쉴 새 없이 연구 활동을 벌여왔지만, 회장 자리는 정말 압박이 컸어요. 2017년 주보돈 전임 회장과 학회 인사들의 부탁으로 자리를 맡을 때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전무후무한 일이라고 화제가 됐지요. 제가 와세다대학 이사였는데 학교 재단의 다른 이사들이 제가 취임했다는 한국 신문 기사를 보고 일본에서는 상상도 못 하는 일이라며 놀라워했죠.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쏠리니 무언가 이바지를 할 게 없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는 나름대로 6년을 자평해달라는 요청을 받자 잠시 고심하더니 열정적인 학회 연구자들과 함께 한국과 중국, 일본이 공유하는 동아시아 문자 유산인 목간 연구 교류의 지평을 국제적으로 넓히려고 고민하고 노력했던 시간들이라고 답했다. “최연식 동국대 교수, 이병호 공주교대 교수 등 한국의 실력파 학자들과 운영진을 꾸려 생각이 통하는 중국, 일본 학자들과 접촉하면서 동아시아사 맥락에서 목간 등의 문자 문화에 대해 함께 교감하고 교류하는 자리를 만들려고 애썼다고 했다. 특히 “20191월 일본 와세다대학에서 학회 주최로 열린 한국 목간 연구자들과 일본 연구자들의 역대 첫 공동워크숍은 현지 연구자들만 100명 이상이 몰린 일대 사건이었고, 관련 논의도 뜨겁게 펼쳐져 가장 인상 깊은 기억으로 남는다고 했다.

 

일국사를 넘어 동아시아권을 아우르는 공통적 맥락에서 역사 인식의 확대만이 앞으로 한··일 역사학계의 바람직한 미래상을 담보할 것이라는 신념을 설파한 그는 오는 3월 교수직을 정년 퇴임하는 대로 대중에게 좀 더 다가서는 역사학을 실천할 계획이라고 털어놓았다. 2017년부터 맡아온 재일한인역사자료관장 직분에 충실하면서 뜻 맞는 일본인 지인들과 재일 한인들의 역사와 동아시아 역사에 관한 유튜브 특강을 새로 시작하고 이와나미 문고에서 한국 출토 문자자료에 대해 쓴 논문집도 출간하겠다는 게 이 교수의 구상이었다.

 



지난해 출간된 재미작가 이민진 원작의 드라마 <파친코>를 제작할 당시 고증 자문을 해주기도 했던 이 교수는 세계 현대미술계에서 거장이 된 이우환(86) 작가의 사촌 동생이다. 이우환 작가가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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